넷플릭스가 〈사마귀〉를 공개했을 때, 솔직히 저는 또 하나의 화려한 액션 스릴러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보다 훨씬 묵직하고 어둡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작품이더군요.
이 영화는 〈길복순〉에서 시작된 암살자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스핀오프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같은 세계관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한때 전설처럼 불렸으나 자취를 감춘 킬러 ‘사마귀’의 귀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곤충 이름을 딴 그의 별명처럼, 그는 날카롭고 치명적이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의 재등장은 단순히 업계를 흔드는 사건이 아니라,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본론: 혼돈 속으로 돌아온 사마귀
사라진 유령의 귀환
영화는 ‘사마귀가 돌아왔다’는 소문으로 시작합니다. 모두가 죽었거나 은퇴했다고 믿던 그가, 어느 날 업계의 거물을 단숨에 제거하면서 소문은 현실이 됩니다. 젊은 세대에게 그는 신화 같은 인물이고, 옛 동료들에게는 불길한 그림자 그 자체입니다.
단순한 복귀가 아닌, 개인의 이유
사마귀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돈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과거에 끝내 해결하지 못한 빚, 그리고 묻어두려 했던 가족의 사연이 그를 다시 끌어옵니다. 그는 업계의 질서에 편입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방식대로 판을 흔듭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신예 킬러 차연(박규영)을 만납니다. 차연은 그를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사제 관계를 넘어, 세대와 세대가 맞부딪히는 묘한 긴장감 속에 그려집니다.
질서와 혼돈의 충돌
사마귀의 귀환은 곧 업계의 균열을 의미합니다. 업계를 규칙과 질서로 관리해온 권 회장(조우진)은 그가 돌아온 것을 용납하지 못합니다. 권 회장은 체계와 통제를 상징하고, 사마귀는 본능과 자유를 대표합니다.
영화의 중심 갈등은 바로 이 두 사람의 충돌입니다. 사마귀는 옛 동료이자 이제는 적이 된 이들과 싸우고, 젊은 킬러들의 도전을 받으며,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청산해 나갑니다.
마지막 결전
결국 권 회장은 사마귀를 없애기 위해 업계를 총동원합니다. 사마귀는 도시의 밤거리, 폐공장, 빌딩 옥상 등 다양한 공간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이어갑니다. 여전히 그는 예리하고 날렵하지만, 세월의 공백과 피로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마지막, 권 회장과의 일대일 결전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질서와 자유, 규칙과 본능의 충돌을 압축한 장면입니다. 싸움 끝에 사마귀가 승리를 거두지만, 그에게 남는 것은 영광이 아닌 공허함입니다. 그는 살아남았으나, 살아남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형벌처럼 느껴집니다.
결론: 전설의 무게와 생존의 허무
〈사마귀〉는 단순히 킬러의 복귀담이 아닙니다. 영화는 피와 액션의 화려한 외피 속에 “생존의 의미”라는 질문을 담습니다. 사마귀는 끝내 살아남지만, 그 결과는 고립과 허무일 뿐입니다.
동시에 영화는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어둡니다. 차연 같은 신세대 킬러의 존재는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하며, 사마귀가 남긴 그림자가 다른 세대에게 어떻게 이어질지를 보여줍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세련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대결로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묵직한 질문이 남습니다. “규칙에 순응할 것인가, 자유롭게 살 것인가. 단순히 살아남는 것으로 충분한가?”
결국 〈사마귀〉는 액션 스릴러의 외형을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존재와 선택, 그리고 전설이 짊어져야 할 외로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숨어 있는 작품입니다.
